다리오프린칙 Dario Princic
Region: Italy Friuli Venezia Giulia
Winegrower: Dario Princic
이탈리아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의 오슬라비아에서 와인을 만드는 다리오 프린칙은 장기 스킨 컨택 화이트 와인의 흐름을 만들어 온 대표적인 생산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오슬라비아는 고리치아 북쪽, 슬로베니아 국경과 맞닿은 작은 언덕 마을로, 요스코 그라브너와 스탄코 라디콘 등과 함께 화이트 와인의 전통적인 침용 양조를 되살린 곳입니다. 프린칙 역시 이 작은 마을을 세계적인 마세레이션 와인의 중심지로 만든 세대의 한 사람입니다.
프린칙의 포도밭은 오슬라비아의 가파른 언덕을 따라 펼쳐져 있습니다. 10헥타르를 넘는 규모이며, 상당수의 포도밭이 남동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경사가 가파르고 토양이 쉽게 부서지는 구조라 많은 작업을 손으로 해야 하며, 수확 역시 수작업으로 진행합니다.
다리오의 포도밭은 현지에서 폰카 ponca라고 부르는 토양입니다. 오랜 세월 압축된 이회토 marl와 사암 sandstone이 층을 이루고 있으며 점토 성분도 섞여 있습니다. 유기물이 풍부한 비옥한 땅이라기보다는 포도나무가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하는 척박하고 부서지기 쉬운 토양입니다. 오슬라비아의 생산자들은 이런 토양에서 자란 리볼라 지알라가 높은 산도와 염분감, 단단한 구조를 얻는다고 설명합니다. 프린칙의 포도밭에서도 리볼라 지알라 Ribolla Gialla, 프리울라노 Friulano, 피노 그리지오 Pinot Grigio, 샤르도네 Chardonnay, 소비뇽 Sauvignon을 비롯해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 등이 자랍니다.
그의 와인 스타일을 결정한 중요한 전환점은 1999년입니다. 다리오는 그해 일부 화이트 와인에 포도 껍질과 함께 발효하는 마세레이션을 시험하기 시작했고, 결과에 확신을 얻어 이듬해부터 화이트 와인 생산 전반에 이 방법을 적용했습니다. 지금은 흔히 ‘오렌지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슬라비아에서는 이것이 새로운 유행이라기보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이 지역에서 사용되던 오래된 화이트 와인 양조법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흐름에 가깝습니다.
셀러에서의 개입 역시 최소화합니다. 수확한 포도는 품종과 빈티지에 따라 약 일주일에서 한 달 이상 껍질과 함께 발효하며, 발효에는 배양 효모가 아닌 포도와 셀러에 존재하는 토착 효모가 사용됩니다. 주로 뚜껑이 없는 큰 나무 발효조에서 발효시키고, 마세레이션 중에는 껍질이 마르지 않도록 수작업으로 피자주 pigeage를 반복합니다. 압착한 뒤에는 새 오크의 풍미를 더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와인이 천천히 안정될 수 있도록 오래 사용한 큰 나무통과 배럴에서 장기간 숙성합니다. 정제와 여과는 하지 않으며, 병입 때에도 이산화황 사용을 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제한합니다.
특히 리볼라 지알라 Ribolla Gialla는 다리오 프린칙과 오슬라비아의 정체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품종입니다. 두꺼운 껍질과 높은 산도를 지닌 리볼라를 오랫동안 껍질과 함께 발효하면, 단순한 화이트 와인보다 훨씬 강한 구조와 탄닌, 말린 과일과 허브, 차, 향신료를 연상시키는 복합적인 향이 형성됩니다. 프린칙의 리볼라는 대체로 수주간 침용한 뒤 오래된 나무통에서 2년 이상 숙성되며, 밝고 향긋한 화이트 와인보다는 탄닌과 산도, 염분감이 함께 움직이는 장기 숙성형 와인에 가깝습니다.
대표적인 와인으로는 리볼라 지알라 외에도 프리울라노로 만드는 Jakot, 피노 그리지오를 스킨 컨택해 만드는 Sivi, 그리고 샤르도네·소비뇽·피노 그리지오 등을 블렌딩하는 Trebez가 있습니다. 품종에 따라 마세레이션 기간을 똑같이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프린칙의 특징입니다. 피노 그리지오는 비교적 짧게, 프리울라노와 소비뇽은 그보다 길게, 리볼라 지알라는 수주 동안 껍질과 함께 두는 식으로 각 품종의 껍질과 탄닌 성질에 맞추어 양조합니다. 레드 와인인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은 더욱 긴 침용과 수년에 걸친 숙성을 거쳐 소량 생산되기도 합니다.
다리오 프린칙의 와인은 ‘내추럴 와인’이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널리 사용되기 전부터 만들어져 왔습니다. 그의 와인을 이해하는 핵심은 단순히 첨가물을 줄인 와인이나 색이 진한 오렌지 와인이라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슬라비아의 폰카 토양, 오래된 포도나무, 완숙한 포도, 긴 스킨 컨택과 느린 숙성을 통해 화이트 와인에서도 레드 와인과 같은 구조와 숙성 가능성을 끌어내는 것이 프린칙의 방식입니다. 그라브너와 라디콘을 비롯한 이웃 생산자들과 함께 구축해 온 이러한 양조 문화 덕분에, 오늘날 오슬라비아는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마세레이션 화이트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